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81
★★★☆☆
이미지 출처 :
YES24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고, 그래서 건축, 집짓기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생각과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채나눔'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집을 지으며 주고 받은 e메일(A4 기준으로 208쪽, 82통이라고 함)을 수록한 책입니다.
이일훈 선생의 채나눔 건축론과 불편하게 살기 철학은 평소에도 호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고, 송승훈 선생은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2012)'를 읽을 때 '허생은 왜 돈을 버렸을까?'라는 글 꼭지를 읽으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죠.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에게 꽤 잘 알려진 집 중 하나인 '잔서완석루'를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건축가와 건축주의 끊임없는 e메일 소통의 결과라는 것도 신기해서 읽기 전에 기대가 컸죠.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몇 가지가 저랑 맞지 않아서 좀 실망했습니다.
첫째는 건축 자금을 조달한 경로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는 해도 부모님의 돈까지 끌어다(그것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지은 것은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끔찍하게 생각하는 대출을 받을지언정 집을 짓기 위해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돈이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짓거나 돈을 더 모아서 짓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그런 점이 저랑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둘째는 집의 크기입니다. 저는 큰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소 등 관리하는데 손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넓다고 편안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작게, 그러면서도 수납에 어려움이 없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집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제가 건축과 관련해서 초반에 찾아 읽은 책이
'두 남자의 집짓기(2011)'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데 잔서완석루는 제 기준으로는 거의 거대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셋째는 잔서완석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재인데 저는 평소 서재를 책들의 무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재의 크기는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공유하고 돌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 크로싱도 시작한 것이고요. 그런데 잔서완석루는 제가 싫어하는 거대한 서재가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제 가치관과 맞지 않습니다.
넷째는 자신의 집을 동료, 후배 교사를 위한 공부방으로 내주는 부분(아마도 그래서 크게 지었겠지요)인데 손님들을 고려하여 손님용 화장실까지 좌식이 아닌 쪼그리고 앉는 방식으로 지었더군요. 저는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제 공간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별로 편치 않습니다. 집을 지은 뒤에도 제가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개할 생각이 없어요. 북 카페의 꿈도 접은 지금은 더더군다나요. 그래서 나눔을 가정하고 탁 트인 공간 활용을 도입한 잔서완석루는 저랑 맞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건축가와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가치관과 철학을 나누고 그것을 집이라는 실체로 구현하는 과정을 엿보는 건 충분히 즐거웠지만 제게는 좀 먼 나라 이야기같아서 몰입이 잘 안되는 면이 많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라면 굳이 챙겨서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는 책입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덧2. 처음으로 e-book으로 읽은 건축 관련 책인데 사진이 들어간 책은 e-book으로 읽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무리 reader가 좋아도 자꾸 튕겨나가거나 렉이 걸려 속도가 느려 속이 터지네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58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274
★★★★☆
이미지 출처 :
YES24
길담서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한 박성준 대표와 이재성 대표가 만든 '책과 차와 음악과 우정이 있는 문화 놀이터'랍니다. 우리의 옛 서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대적인 서원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고 탄생한 곳으로 이 길담서원에서는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운영하고 있죠.
그동안 길, 일, 돈, 몸, 밥, 집, 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고 한 글자 인문학 교실이 끝나면 사랑, 평화, 철학, 역사, 인간, 종교, 공부 등 두 글자 주제로, 다시 세 글자 주제로 계속 뻗어나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돈'을 주제로 청소년 인문학 교실에서 행한 소설가 이시백,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글말쟁이 박권일, 철학자 강신주, 교사 송승훈, 노동자 김진숙(이 책에는 내용이 빠짐)의 강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강. 돈 내면 지각해도 되나요? 이시백
2강. 가치 기준에 따라 행복도 달라진다. 제윤경
3강.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길. 박성준
4강. 자본주의 바깥을 상상하자. 박권일
5강. 돈이란 무엇인가? 강신주
6강. 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강신주
7강. 허생은 왜 돈을 버렸을까? 송승훈
강의 내용을 책에 그대로 수록했기 때문에 거의 입말에 가까운 수준이라 쉽게 읽힙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돈의 주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런 좋은 책은 많이 읽어야죠.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하게 인간답게 살려면 말이죠.
닫기
* 제대로 된 용돈이라면 필요한 지출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많든 적든 필수 비용을 용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 돈의 문제는 가치의 문제
* 돈의 함정에 빠진 사람일수록 가처분 소득이 낮아요.
* 소득이 높을수록 주변과 비교하는 일이 잦습니다.
*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자기 삶을 주도하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게 만듭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할 틈을 안 줘요. 만날 해야 할 과제만 내주니까 실제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행복한지 생각을 못 해요.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깨우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기쁜지, 자꾸 생각을 해야 해요.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 저축은 쓰려고 하는 겁니다. '자산'을 불리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전쟁이 없어도 빈곤, 기아, 영양실조, 질병, 환경오염 등이 있으면 '평화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비평화'의 요소들을 제거하고 충분한 의식주, 의료, 위생적 생활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겁니다.
* 우리가 보통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따질 때, 소비자로서의 측면을 주로 이야기하잖아요. 하지만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으로서의 측면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착한 기업'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아예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천규석 선생이나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 같은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소비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이 악순환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이죠.
*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주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이걸 보지 못하는 것은 착시 현상 때문입니다.
* '매개'는 '연결'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단절'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 진짜 저항은 자기를 상품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 보들레르는 사물의 존재 방식을 도구, 상품, 상징, 기호, 이렇게 네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습니다.
* 훗날 여러분이 나이가 들었을 때 60~70살이 되어서 훌륭한 사람으로 남는다면, 그건 여러분이 자본주의를 없애서가 아니라 그 험한 급류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거예요. 위대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완성한 사람이 아니라 버틴 사람입니다. 끝까지 버티는 거죠. 힘닿는 데까지.
* 인간은 부당한 것을 뛰어넘으려는, 정의를 향한 열망이 있는 존재예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