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은 오감만족 시리즈 세 번째 포스팅입니다. 오늘은 미각편입니다.
'비건의 흔한 점심 식사 루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점심은 항상 과일(식이섬유) -> 요거트(유산균) -> 샐러드(지방과 단백질) -> 빵(탄수화물)의 순서로 먹는데 저는 빵돌이라서 마지막 순서인 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다 토스터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빵을 넣어서 작동시키면 위로 튀어나오는 2구짜리 싸구려 토스터를 사용했는데 이사를 한 김에 욕심을 내서 발뮤다 토스터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발뮤다는 선풍기로부터 시작해 소위 감성 가전의 붐을 일으킨 브랜드인데 깔끔한 디자인과 일본 제품 특유의 기능 디테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샤오미의 가성비에 맛들인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사악한 가격으로 악평이 자자해 호불호가 갈리는 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습기, 선풍기 등 공기 역학을 사용하는 기기들은 모두 무리를 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다이슨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동안 발뮤다 제품 구매를 고려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발뮤다 토스터가 첫 기기였습니다.
저희 집에는 반려인이 직접 만든 원목 가구가 많았기에 원목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색깔로 베이지를 골랐습니다. 일단 크기 합격, 모양새 합격입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디자인입니다.
왼쪽의 다이얼로는 빵의 종류에 따라 토스트, 치즈 토스트, 바게뜨, 크로와상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모드는 모두 발뮤다가 대박을 친 스팀 테크놀러지가 적용됩니다. 더 오른쪽으로 다이얼을 옮기면 높은 온도로 굽는 모드입니다.
오른쪽의 다이얼은 누르면 전원 온/오프이고 1분에서 15분까지 30초~1분 간격으로 설정할 수 있는 타이머입니다.
설명서와 레시피북을 주기는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뒤적이는 건 귀찮은 일인데 기기 상단에 각 모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어 사용하기 편합니다.
뚜껑을 열면 앞 쪽 상단에 물을 넣을 수 있는 급수구가 있습니다.
액세서리로 주는 5cc 플라스틱컵입니다. 너무 작아서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저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자석 후크를 기기 옆면에 붙여서 걸어 두었습니다. 발뮤다와 콜라보를 한 이은주 작가의 도자기 컵을 따로 구매하는 분도 있던데 저는 아무래도 사용 중에 떨어뜨려 깰 것 같아서 그냥 이걸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잠시 물을 넣는데만 사용하니까요.
이건 따로 구매(35,000 원)한 이은주 작가의 도자기 트레이입니다. 그냥 식빵으로 토스트를 할 때는 상관이 없는데 토핑을 많이 얹은 빵이나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지는 빵을 넣으면 청소하는데 애로 사항이 꽃피기 때문에 트레이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도자기 트레이라서 열 전도가 잘 된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제가 즐겨 먹는 흑미 세글러노아를 넣었습니다.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지는 빵이기에 트레이를 사용했고요.
냉동된 빵이 아니기에 2분 30초로 맞추었습니다. 전원을 켠 상태에서 시간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딸깍-딸깍하는 메트로놈 소리가 나면서 타이머가 작동됩니다. 작동이 멈추면 띵똥하는 소리로 알려주고요. 간결한 디자인과 불빛, 그리고 정겨운 소리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에 듭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용 디테일이 주는 즐거움도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5cc의 물을 넣으면 발뮤다의 스팀 기술에 의해 스팀으로 바뀌어 토스터 내부에 가득 차게 되고, 빵의 표면에 얇은 수분막을 형성하게 됩니다. 수분은 기체보다 빠르게 가열되니 빵의 표면이 먼저 바삭하게 구워지고, 빵 안의 수분은 촉촉하게 유지됩니다.
죽은 빵을 살린다는 말은 아마도 신선함을 잃은 빵을 겉바속촉으로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 같은데 사용해보니 실제로 그렇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대량으로 빵을 구매해서 냉동시켰다가 먹기 때문에 일반 토스터로 구으면 수분이 모두 증발되어 겉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안은 퍽퍽한 느낌인데 발뮤다 토스터를 사용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되살려줍니다. 그야말로 죽은 빵이 살아난 느낌입니다.
물론 소보로 빵이나 단팥빵처럼 앙꼬가 있는 냉동빵은 제아무리 발뮤다라고 해도 빵의 가장 안쪽까지 촉촉하게 되살리지 못합니다. 일단 자연 해동을 하고 나서 토스터를 사용하는 게 좋죠. 그래도 일반 식빵을 비롯해 대부분의 얇은 빵은 그야말로 처음 사온 느낌으로 살려줍니다.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5월 말 기준으로 298,000 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2구짜리 토스터가 3~5만 원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느끼실 수 있으나 한 달 남짓 써 본 결과 제 느낌은 돈 값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빵을 먹을 때마다 잘 샀다고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저 같은 빵돌이, 빵순이들께는 강력 추천합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장점
- 정말로 죽은 빵을 살려주는 스팀 기술 : 신세계임!
- 직관적이라 너무나 편리한 사용 편이성
- 깔끔한 디자인
-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아날로그 감성
* 단점
- 아무리 뛰어난 스팀 기술과 온도 제어 기술을 사용했다고는 해도 간과하기 어려운 사악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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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살
Andrew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하였습니다.
정신과에서 다루는 정신 질환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굳이 2대 질환을 선택하라면 대부분의 의료진이 정신 분열증과 우울증을 꼽는데 주저함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특히 환자의 숫자로 보자면 우울증 환자는 정신 분열증 환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습니다. 가까운 주변을 잘 둘러보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만큼 우울 증세가 심한 사람이 아마도 한 사람쯤은 있을 겁니다. 그렇게 우울증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정신 질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Andrew님의 글에도 있는 것처럼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라고 너무나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연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요?
제가 병원에서 본 그들은 그렇게 쉽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살아가야 할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일 뿐 아니라 삶의 의미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용기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사람들이고, 패배와 자학과, 자신을 처벌하는 것에 길든 사람들입니다.
우울증 환자들이 경험하는 절망감의 바닥을 모르는 분이라면 감히 그들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들은 그렇지 않아도 죽을 만큼 힘든 사람들입니다. 그냥 그들이 갖지 못한 삶의 기쁨과 용기와 의미가 있음에 감사하고 그들 몫까지 열심히 사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최소한 그 절망감의 바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보았기에 저에게 주어진 삶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세상에서는 슬픔 없는 삶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비보를 접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녀가, 그녀의 연기가 그립습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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