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게 지나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즐거웠다든가 좋았다든가 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은 멘트를 하는 겁니다.
"오늘 나와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시간 내 줘서 정말 고마워"
"바쁠텐데 시간 뺏어서 정말 미안해"
대부분의 경우 내면에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어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곤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단순히 관계의 불균형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상대방이 이기적이거나 거만한 사람이라면 내가 손해를 보거나 심해도 착취당하는 선에서 끝날 수 있습니다. 나만 피해를 감수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정말 괜찮은 상대방을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연애할 때 자신을 낮추는 건 본인의 의도와 달리 결국 상대방을 디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데 "바쁠텐데 시간 뺏어서 정말 미안해"라고 자신을 낮추는 건 '나 같은 사람 만나줘서 고마워'의 단계를 지나 '너는 나 정도 되는 사람이나 만날 수준이야'라고 오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모든 사람은 자신을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대접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계속 낮추면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과 사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점점 그 사람을 피하게 됩니다.
그러니 연애하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을 지나치게 낮춤으로써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기 전에 왜 그렇게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하는지 분석하고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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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는 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설사 나를 우습게 보더라도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만큼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절을 당할까봐이고 거절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자기 비하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틀을 깨야 합니다.
도움을 청했을 때 도움을 받으면 도움을 받아서 얻는 실제 이득보다 내가 도움을 받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자기 가치감이 고양됩니다. 또한 도움을 준 사람은 자신이 남을 도울 만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고양감이 생기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게 됩니다.
자기 가치감이 높아지면 도움을 청하는데 주저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확률적으로도 도움을 청하면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점점 자기를 비하하는 경향이 감소하게 되죠. 따라서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기면 억지로라도 도움을 청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수록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사 거절을 당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 damage가 적으니까요.
그렇다면 자기 비하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서 자신감을 얻어서 거절 당할 확률을 최대한 줄인 다음에 도움을 청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왜냐하면 거절당했을 때 damage는 아무래도 피하고 싶으니) 생각이나 신념을 바꾸는 것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습니다. 성공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이 너무 낮아요. 그래서 강제로 인지 부조화 상태를 만들어서(이미 도움을 청하는 행동을 했다. 이건 바꿀 수가 없음. 그러니 나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게 상대적으로 더 쉬움) 생각을 바꾸는 게 더 빠른 방법입니다.
다만 마찬가지 원리로 도움 요청을 거절당했을 때도 이미 거절당한 환경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거절당할만큼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귀인 할 수 있으니 거기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상대가 쉽게 도와줄 수 있는 가벼운 부탁부터 연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한번 연습삼아 도움을 청해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움을 받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인간은 사회성이 중요한 영장류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종족의 안녕을 위해 협조하려는 성향이 본능처럼 내재되어 있어 간절한 도움을 거절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 누군가를 콕 집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애매하게 간보듯이 하지 말고 간절함을 담아서 도와달라고 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1. 자존감을 높이는 건 지속적인 성공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
2. 도움을 요청하는 건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자존감을 기반으로 함
3. 행동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기 때문에 일부러 도움을 청하는 건 인지 부조화를 이용한 방법임
4. 반복적으로 거절을 당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요청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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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자존감 연구에 바쳐온 심리학자인 Nathaniel Brenden의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A Woman's Self-Esteem, 1998)'을 북 크로싱합니다.
소개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보셔야 더욱 좋은 책입니다. 분량도 많지 않고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 좋은 작은 책이지만 안에 수록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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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분야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심리학자 Nathaniel Branden이 쓴 고전, 'A Woman's Self-Esteem(1998)'입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존감을 파고 있으니 평생을 자존감 연구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죠.
꽤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도 올해가 되어서야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잘 알려진 번역가 노지양 선생님이 번역하셨고 그래서인지 잘 읽히는 편입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갈등과 싸우면서 자존감이 낮아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입니다. 너새니얼이 이 책을 쓰기 1년 전 싱가포르에서 한 강연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쏟아놓은 질문의 요지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가족, 우리 문화의 압박에서 벗어나 내 인생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저자의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읽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목차만 보여드려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1부. 나는 왜 나를 밀어내는가
- 1장 나를 세우는 단단한 자존감
- 2장 일상을 의식한다는 것의 의미
- 3장 불편한 감정을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법
- 4장 나는 왜 나를 밀어내는가
- 5장 이제 '착한 사람'을 그만두기로 했다
- 6장 까칠한 사람이 자존감이 낮은 이유
- 7장 목표가 있는 삶
- 8장 지금 정직하게 살고 있습니까
2부. 행복이 두려운 사람들
- 9장 자존감 없는 사랑의 끝
- 10장 우리는 모두 에고이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11장 질투에 대하여
- 12장 모욕하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기술
- 13장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지?
- 14장 성공이 진심으로 두려운 사람들
3부. 자꾸 선을 넘는 당신에게
- 15장 말보다 큰 행동의 힘
- 16장 자꾸 선을 넘는 당신에게
- 17장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18장 12시간의 선물
- 19장 나는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이 200페이지도 안 되는 적은 분량이기 때문에 각 장이 조금 짧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국내판 제목은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으로 번역되었지만 저는 사실 자존감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봐야 하는 책으로 명명하고 싶습니다.
자존감은 인간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자 무기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충분히 높지 않다면 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자존감 높이기 입문서, 월덴지기가 추천하는 책입니다.
닫기 * 자존감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로 자존감을 위해서는 현재의 자아에 손상을 입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대면하고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내 인생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요소를 개발하는 것이다. 자아 효능감과 자아 가치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후자다.
* 자존감은 나라는 사람을 삶의 기본적인 도전에 대처할 능력이 있고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서 인식하는 자질이다. 자존감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자기 효능감이다. 자기 효능감이란 생각하고, 배우고, 선택할 능력이 나에게 충분히 있으며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는 자기 존중이다. 자기 존중이란 내가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즉 성취, 성공, 우정, 존경, 사랑, 만족이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 우리는 기쁨을 경험하기보다는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긍정성보다 부정성이 우리에게 더 큰 힘을 행사한다.
* 남성과의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희망을 품고 있는 여성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자존감이다. 사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 뭘까? 자신이 그리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뿌리 깊이 느끼는 것이다.
* 자존감의 여섯 기둥 : 의식적으로 살기, 자기 수용하기, 자기 책임지기, 자기 주장하기, 목표에 집중하기, 자아 통합하기(말과 행동 일치)
* 목표에 따라 행동한다는 개념을 이해하려 할 때, 사람들은 그 개념을 특히 일과 연관 지을 확률이 높다.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을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의 영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 자존감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매일의 일상생활과 행동에서 우리 자신이 우리 삶에 얼마나 정직한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 12시간의 선물
: 일단 그들은 같은 방 안에서 12시간 동안 함께 있어야 한다. 정신을 딴 데 팔게 하는 어떤 것도 금지다. 둘 중에 한 사람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방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신체적인 폭력 또한 절대 없어야 한다. 이 12시간 동안 두 사람은 원한다면 어떤 말이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단 그 주제는 사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 과제 뒤에 놓인 가정은,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길이 막혀 있을 때 사람들은 대화에서 진정한 돌파구를 찾곤 한다는 것이다.
덧. 이 책은 지인께서 선물하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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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거라서 굳이 포스팅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최근 제목과 같은 말을 내담자에게 하는 상담자에 대한 제보를 여러 차례 받고 충격을 받은 김에 정리해 봤습니다.
치료적 접근법에 따라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상담자가 내담자의 '편', '지지자'여야 한다는 걸 모르는 상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자신이 생각해 볼 때 내담자가 호소하는 어려움이 일정 부분 내담자 때문에 발생한다고 느낄 때, 그걸 다루는 것이 내담자를 위해 필요하겠다고 착각할 때 생각보다 큰 문제들이 야기됩니다.
* 심리적 저항을 불러 일으킴
저항 또한 치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저항이 나쁜 것은 아니나 상담자가 자신을 탓한다고 내담자가 받아들였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저항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적 관계를 손상시키고 신뢰를 약화 시킵니다. 즉, 내담자는 상담자가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의심을 품게 되고 그 뒤로 어떤 말이든 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됩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 자기 파괴적 내부 귀인을 하게 됨
내담자를 탓하는 이런 언급은 자존감이 약하고 자기 회의가 강한 내담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인데 이런 내담자는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의 원인이 평소에도 자기 때문이라고 귀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원인의 탐색을 외부에서 하지 못하게 됩니다.
*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동기를 찾을 기회를 상실하게 됨
내담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온 것이지 책임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상담자에게 확인받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설사 내담자가 겪는 고통의 원인 중 더 많은 부분이 내담자 때문이라고 해도 그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상담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내담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자원을 동원하고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함께 찾기 위해 하는 것인데 내담자를 탓하는 언급은 이러한 노력을 위해 필요한 동기를 저하시킵니다. 내담자를 무력하게 만들어서 치유적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란 건 없습니다.
* 상담자에 대한 의존만 강화될 위험이 있음
상담자를 징벌자, 판관과 같은 위치에 두게 되는 경우 내담자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며 상담자의 입만 바라보게 됩니다. 상담자가 전문가이고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내 생각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상담자의 말이 맞을 것이고 상담자가 시키는 것만 해야지 하는 의존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전지전능함의 오류에 빠진 교주형 상담자라면 이러한 내담자의 순응성을 좋아라 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건 내담자의 치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 불필요한 전이를 유발할 수 있음
불필요한 전이라는 말이 좀 어폐가 있기는 합니다만 너도 뭔가 잘못한 게 있지 않니? 라는 언급을 하는 상담자는 내담자로 인해 강한 역전이를 느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항상 문제가 생기면 내담자 탓을 했던 부모, 형제, 친지, 친구, 지인들의 역할을 상담 공간에서 재연하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불행하게도 이는 내담자에게서 불필요한 전이를 유발하고 자기 충족적 예언을 달성함으로써 점점 더 문제를 고착하는 방향으로 후퇴하게 됩니다.
내담자를 탓하는 방식의 언급이 내적 성찰을 촉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설사 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상담자-내담자 사이에서도 절대로 피해야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지지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상담자라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키기 위해 애쓰세요.
상담자라면 절대로 내담자에게 '당신에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와 같은 언급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유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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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그동안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둘 다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느낀 것인데요. 하나는 전공, 출신 학교, 수련 과정의 차이 없이 대부분
자신감이 너무 없다는 겁니다. 돌려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는 supervisee 선생님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아마 저도 수련을 받을 때는 똑같았겠지요)
formulation도 잘 되었고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도 훌륭해서 진심으로 칭찬을 하거나 감탄을 하면 속으로는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의 "운이 좋은거지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지요", "아직 멀었는데요 뭐"라는 반응이 나와서 맥이 풀립니다.
하도 답답해서 2010년에는 관련 포스팅('supervisee를 혼내야 실력이 는다고 착각하는 supervisor')을 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지나치게 저하되어 있는 supervisee가 너무 많습니다. 이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를 저는 수련 과정이 지나치게 억압적이고 처벌 위주의 도제 중심이라는 것에서 찾습니다. 사명감과 겸손으로 무장시키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야 하고 자만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련 분위기에서 교육받은 임상가가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는 자기가 배운대로 가르치는 supervisor가 됩니다. 그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설사 있다고 해도 자신이 supervisor가 되면 그저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불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겁니다.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첫 번째 문제와도 연결될텐데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자신이 제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했는지, 채점은 틀리지 않았는지, 터무니 없는 진단 가설을 세운 건 아닌지, 심리평가보고서는 제대로 쓴 건지 등등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고 걱정합니다. 그래서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저도 흔히 하는 실수라서 지적하면 제가 놀랄 정도로 미안해 하거나 심하게 주눅이 드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은 임상가는 현장에서 일을 할 때 굉장히 불리합니다. 그 불리함은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 뿐 아니라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더욱 극대화되는데 자신감이 없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잘못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고 불안 수준이 높으면 안전 공간을 확보할 수 없고 라포 형성을 방해함으로써 상담 회기를 늘려 치유를 더디게 만듭니다.
없는 자신감을 억지로 북돋고, 무의식적으로 배어 나오는 불안을 애써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임상가라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내담자가 알아차릴 정도로 불안 수준이 높은 건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절대로 훌륭한 임상가가 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진주라도 시궁창 깊숙이 쳐박아 놓으면 그 빛을 발할 수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자신감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은 임상가가 과연 내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낮은 자존감과 높은 불안 수준은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되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문가가 되기 전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하세요. 이 두 가지 문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결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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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과 초기부터 함께 일해 왔고 심리도식치료라는 영역을 개척한 Jeffrey Young이 Janet Klosko와 함께 쓴 고전입니다.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온 것이 2004년이니 번역서만 해도 벌써 10년이 된 책이죠.
이 책에서 제프리 영은 '도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위 '인생의 덫' 11개를 설명하고 이러한 덫을 인식하고 근원을 이해해서 바꿔 나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생의 덫'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발 나를 떠나지 마세요 : 버림받음의 덫
2. 당신을 믿을 수 없어 : 불신과 학대의 덫
3. 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야 : 정서적 박탈감의 덫
4. 나는 적합하지가 않아 : 사회적 소외의 덫
5.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어 : 의존의 덫
6. 언제 재난이 닥칠지 몰라 : 취약성의 덫
7.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 결함의 덫
8. 난 실패자인 것 같아 : 실패의 덫
9.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께요 : 종속의 덫
10. 아직 많이 부족해 : 가혹한 기준의 덫
11.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어 : 특권 의식의 덫
덫이라고 표현했지만 요즘 용어로는 성격 장애와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인생의 덫은 일생 동안 반복되는 패턴으로 자기 파괴적이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특징이 있는데 우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6가지 핵심적 욕구(기본적 안전감, 자존감, 타인과의 연대감, 자기표현, 자율성, 현실적 한계 수용)의 결핍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핍에 적응하기 위해 어린 시절에는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불필요하고, 부적응적이기까지 한 방법을 고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야기되고 지속되는 것이죠.
이 책은 각 덫에 대해 사례 제시, 체크 리스트, 덫의 특징, 기원, 대인관계 양상, 덫을 여는 열쇠에 대해 설명하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즘 심리학 책에서는 이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어떤 인생의 덫에 걸려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간 중간 질문지를 사용합니다. 스스로 해 볼 수도 있고 임상가라면 자신이 상담/심리치료 하고 있는 내담자에게 적용해 볼 수 있겠지요.
과거 기원을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에서만 찾고 치료적 접근도 인지치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조금 거슬리지만 그래도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내담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서 현장에서 상담/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임상가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닫기
* 우리가 어린 시절의 고통을 되풀이해서 경험한다는 것은 정신분석적 치료의 핵심적인 발견 가운데 하나이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반복 강박이라 불렀다.
* 인생의 덫을 전문적인 용어로는 '도식'이라 한다. 도식은 우리들 자신과 세계에 대한 뿌리깊은 믿음으로써 어린 시절에 학습된 것이다. 이 도식은 자기 자신에 관한 느낌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도식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에 관한 확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 덫의 원인
1. 어린 시절 가정에서의 기본적 안전감의 부재 : 버림받음, 불신과 학대
-> 가족이 어린아이를 어떻게 대했는가와 관련
2. 세상 속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자율성 문제 : 의존, 취약성
3. 당신과 타인 간의 정서적 유대의 강도 문제 : 정서적 박탈감, 사회적 소외감
-> 타인과의 연대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친밀감, 다른 하나는 사회적 관계이다
-> 어린 시절 제일 결핍되기 쉬운 세 가지는 양육, 공감, 지도
4. 자존감 문제 : 결함, 실패
-> 각각 개인적인 영역과 업무 영역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의미
-> 자존감이 손상되면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은 이 영역에서 주된 감정이다.
5. 자기 표현,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진정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능력 문제 : 종속, 가혹한 기준
-> 자기 표현이 제한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 3가지 : 지나칠 정도로 남의 욕구에 맞추는 경우, 지나치게 억제되어 있고 체면을 차리는 경우, 억압된 분노
6. 삶의 현실적인 한계를 수용하는 능력 문제 : 특권 의식
-> 여러가지 면에서 자기 표현의 문제와 정반대임
* 인생의 덫에 대한 세 가지 대처 방식
- 굴복 : 어린 시절의 패턴을 반복하도록 인생을 꾸려가는 것
- 도피 : 결코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 반격 : 덫에 보상함으로써 남들과 자신에게 지금은 과거의 덫에 걸린 상황과 정반대임을 확신하는 것
=> 순수한 유형은 드물며 대부분의 경우 굴복과 도피, 반격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게 됨.
* 변화를 위해서는 기꺼이 고통을 겪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인생의 덫에 변화를 주기 위한 일반적인 단계들
1. 당신이 걸려 있는 덫을 확인하고 이름을 붙여라.
2. 덫의 기원을 이해하라. 당신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느껴보라.
3. 덫을 공격할 수 있는 증거를 모아라. 이성적인 수준에서 그 타당성을 논박하라.
4. 당신의 덫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라.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글로 써보는 것이다.
5. 덫의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라.
6. 다음 단계는 패턴을 깨는 것이다.
7. 계속 노력하라.
8. 부모를 용서하라.
* 버림받음의 덧 : "제발 나를 떠나지 마세요"
- 이 덫은 매우 일찍 시작되기 때문에 감정적 힘이 강하다. 그러므로 심한 버림받음의 덫을 가진 사람은 짧은 이별조차 버려졌던 아이의 느낌을 가지고 반응한다.
- 실제의 상실이나 이별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해도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끼면 바로 덫에 걸릴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 버림받음의 두 유형
1. 너무나 안전하고 과잉보호를 받은 환경. 버림받음과 의존의 덫의 혼합
2.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환경. 어느 누구도 언행이 일치된 환경을 조성하지 않은 것
- 부모로부터 거의 받은 것이 없는 아이에게는 벌조차 연결로 느껴질 수 있다.
* 불신과 학대의 덫 : "당신을 믿을 수 없어"
- 학대는 바로 경계를 침범했을 때 일어난다. 즉 신체적, 성적 혹은 심리적 경계가 존중되지 않는 상황이다.
- 육체적, 성적 및 언어적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학대 중 공통점은 차이보다 더 중요하다.
- 불신과 학대는 가장 강력한 덫이며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덫이다.
- 일단 당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바로 과거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것을 전부 기억하고 다시 한번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 속에서야 비로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 정서적 박탈감의 덫 : "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야"
- 정서적 박탈감은 방치당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다. 외로움이며 아무도 없는 그런 느낌. 당신이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이다.
- 이 덫에 걸린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요구가 많다. 이 덫은 만족할 줄 모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주어도 만족을 모른다. 상대가 분명히 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정서적 박탈감의 덫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 부모가 아이에게 손상을 주는 능동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와 달리 정서적 박탈감은 어떤 특정한 양육 행동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정서적 박탈감은 알아채기 힘든 덫 중 하나이다.
- 정서적 박탈감은 가장 흔한 덫 중 하나이지만 발견하기는 가장 힘들다.
- 어떤 사람이 자기애적인 태도로 정서적 박탈에 반응하는 것일까? 이런 사람들은 정서적 박탈의 덫과 특권 의식의 덫이 조합되어 있다.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표면적인 욕구들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태도로 박탈감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 정서적 박탈감의 세 가지 영역
1. 보살핌(따뜻함, 관심, 신체적 애정)의 박탈
2. 공감(당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당신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의 박탈
3. 보호(힘과 방향, 그리고 안내)의 박탈
* 사회적 소외의 덫 : "나는 적합하지가 않아"
- 우선적인 감정은 외로움이다.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낀다.
- 사회적 소외도 어렵지만 사회적 소외에 결함이 겹치면 더욱 어려워진다.
- 외로움은 종종 심장과 위장의 문제들, 수면장애, 두통, 우울증 등과 연관되어 있다.
- 사회적 소외의 근원 중 하나는 보통의 가정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아이들이 그 보상으로 학업에서 엄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 가끔 지나치게 비판적인 부모들이 사회적 소외를 조장한다.
- 청소년 시기에 이 덫이 발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 나중에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는 혼자만의 활동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 이 덫이 갖는 장점이다.
- 도피는 인생의 덫에 대처하는 주요 방법이다.
-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인 일 가운데 하나는 남들과 어울리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 구체적인 목표가 오히려 불안을 감소시킨다.
- 단순하게 당신 자신이 되라고 말하고 숨기는 것을 멈추어라.
* 의존의 덫 :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어"
- 의존심이란 경험의 핵심 안에는 어른들의 생활은 정상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끝없는 투쟁이라는 관념이 들어 있다.
- 의존적인 사람들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
- 낮은 자존감은 의존성이라는 덫의 고통스럽고도 필수 불가결한 일부분이다.
- 반대의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을 항의존이라 하며 의존의 덫이 존재한다는 강한 증거가 된다. 항의존적인 사람들은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남에게 도움 청하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충고, 도움, 지도 요청을 거부한다. 남에게 정상적인 도움을 받는 것조차 자신이 취약하다고 느끼므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 과보호는 두 개의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1. 지나친 참견
2. 부모가 자녀의 독립 시도를 방해하는 것
- 일반적으로 과보호를 받은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대개 안정된 가정환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안정된 가정을 떠나서 현실 세계의 불운과 거부, 외로움에 맞닥뜨리게 될 때까지는 착한 아이였다.
* 취약성의 덫 : "언제 재난이 닥칠지 몰라"
- 이 덫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재난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대처 능력은 평가절하한다.
- 가장 흔한 기원은 똑같은 덫에 걸린 부모이다.
-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취약성으로부터의 도피이다. 너무나 많은 활동들을 회피하므로 자신의 삶의 질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의 삶의 질마저 떨어뜨린다. 이 인생의 덫은 당신을 제한하고 위축시킨다.
- 분류표에는 도피 행위를 점차 멈추는 것(피하는 장소로 가는 일과 과보호받기를 점차 중단하는 것, 혼자서 더 많은 위험을 감당하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 결함의 덫 :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 인생의 덫인 결함과 가장 관계 깊은 정서는 수치심이다.
- 표면적이고 쉽게 눈에 띄는 특성과 관련된, 사회적 소외의 덫과는 달리 결함은 내적인 상태이다.
- 결함이라는 인생의 덫에 빠진 부모는 보통 비판적이고 가혹하다.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가 있을 수 있다. 결함과 학대는 맞물려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결함이라는 인생의 덫에 빠져 있는 경우 피학적인 교제를 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은 이런 학대를 받아 마땅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당신은 결함이라는 인생의 덫을 유발하는 상대에게 가장 매력을 느낀다. 또 다른 측면에는 자신을 잘 대해주는 상대에게 흥미를 잃는 경향이 있다.
* 종속의 덫 :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 당신은 세계를 통제라는 관점에서 본다.
- 사람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이 원칙에서 유일한 예외는 당신 자신이다.
- 인생에서 공통된 주제 중 하나는 자신들의 인생이 덫에 걸려 있다는 느낌이다.
- 종속적인 사람에게는 강한 자아가 없다. 억눌린 분노가 당신이 종속적이라는 또 다른 증거이다.
- 종속의 두 가지 유형
1. 자기희생(죄책감으로 인한 종속)
2. 굴종(두려움으로 인한 종속)
-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의존과 종속, 두 가지 모두를 반영한다.
- 분노는 건강한 측면에 속한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당신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유용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분노는 뭔가 다른 것-변화하고 성장하기-을 원하는 당신의 일부분과 접촉하게 해준다. '자기 자신이 되는 느낌'에 도달하는 강력한 방법은 분노를 통해서다. 분노는 당신이 원하는 다른 무엇이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이다.
-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주장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실용적인 문제이다. 그 누구도 당신의 감정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다.
* 가혹한 기준의 덫 : "아직 많이 부족해"
- 지위 지향성이란 인정을 받거나 지위, 부, 미모와 같은 허위의 자기를 얻는데 지나치게 중점을 두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것은 종종 결함이나 사회적 소외 같은 핵심 감정을 보상하기 위한 반작용의 형태를 띤다.
- 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분위기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 특권 의식의 덫 :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어"
- 특권 의식의 세 가지 종류
1. 버릇없음
2. 의존성
3. 충동성
* 단지 인생의 덫이 없어진 상태에 이르는 것이 변화의 목표는 아니다. 각자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발견해야 한다.
* 타고난 성향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서는 감정과 신체적 감각이다.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충족시키는 활동과 관계에 참여할 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 첫 번째로 변해야 할 영역은 대인관계이다. 정서적 박탈감, 불신과 학대, 버림받음, 그리고 사회적 소외의 덫은 당신이 원하는 관계들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장애이다.
* 두 번쨰 핵심적인 변화 영역은 자율성이다. 의존 혹은 취약성의 덫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파괴적인 관계에 얽매여 있다.
* 변화의 세 번째 요소는 자존심이다. 결함과 실패의 덫은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 변화의 네 번째 영역은 자기주장과 자기표현이다. 종속과 가혹한 기준의 덫은 자기주장의 걸림돌이다.
* 다른 네 가지 못지않게 중요한 성장의 다섯 번째 영역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특권 의식이 지나치면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 변화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많은 자조 그룹들은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책임을 가르치지 않고 부모에 의해 희생당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는 이것이 중대한 위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사실과 직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지속적으로 하라. 좀 더 편한 시간에 하겠다며 변화를 위한 노력을 연기하지 말라. 변화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어린 시절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해도 변화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고통은 왜 변화가 어렵고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그것은 파괴적인 패턴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 지속시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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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전문가 조영은 선생님이 작년에 내신 책입니다. 일반적인 임상심리전문가와 달리 상담실에서 마음 아픈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시고 치유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공감도 잘 되었고요.
이 책에는 저자가 상담하면서 만난 22명의 이야기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충분히 각색되어 있고요.
Part 1은 사랑하는데도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착 문제, 각종 성격 장애, 기분 장애를 다루고 있고요. Part 2는 집착과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이 등장합니다. 도박 중독도 있었다면 저로서는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상담 장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문제라서 게임 중독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Part 3에서는 불만족과 완벽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삶이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거식증, 강박적 성격, 신체 변형 장애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Part 4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화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환 장애, 자살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정신 병리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대개 심리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영은 선생님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평소 그러한 문제의 원인 탐색과 해결 방안 찾기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똑같은 병리 현상을 보는 시각이 좀 남다릅니다. 그게 일반인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나 싶은데요.
아쉬웠던 점을 딱 하나만 이야기 해 보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 중에는 사실 일반 상담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심각한 병리적 문제가 많아서 자가 치유가 쉽지 않고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범위와 당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을 변별하는 일종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으면 실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록에 전문가를 찾는 방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리스트를 상세하게 소개하셨지만 이 책을 그냥 재미삼아 읽는 사람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을 읽는 정도로 자신의 문제를 이 참에 해결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기대보다 많지 않아 별 3개로 평가했을 뿐 어차피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별 평가때문에 좋은 책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전문가들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현재 수련 중이거나 수련 예정인 임상/상담 전공자와 일반인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부록의 '심리학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 리스트'에 월덴 3도 올라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이 바닥이 좁다고는 해도 조영은 선생님도 제 블로그를 아시다니... ^^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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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애착 유형인 사람도 안정 애착 유형인 연인을 만나면 애착 유형이 바뀌기도 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양가형과 회피형의 만남이다.
* 건강한 사람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제 발로 상담가를 찾는 사람이다. -> 절대 동감!
* 질투 망상의 경우에는 낮은 자존감과 배우자에 대한 깊은 열등감이 기반이 된다.
* 온라인 게임 자체가 가진 중독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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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전공자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전공이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죠. 사회 심리학 전공자는 사회의 심리 현상에 끌리는 것이고, 범죄 심리학 전공자는 범죄자의 심리에 끌리는 것이죠. 조직 심리학 전공자는 조직 내의 심리 현상에 끌려야 맞겠지만 저는 그냥 점수에 맞춰 들어갔기 때문에 저같은 예외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무작정 일반화는 금물). ^^;;;
또한 임상 심리 전공자들에게 회자되는 농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석사 학위 논문의 주제가 자신의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 강박 장애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완벽주의자이거나 평소 강박적이기 때문이고, 사회적 지지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사회적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등등. 이 역시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보면 선,후배, 동기의 논문 주제와 그들의 특성을 맞춰 봤을 때 의외로 싱크로율이 높습니다.
제가 앞에서 심리학계, 임상심리학계에서 회자되는 농담을 왜 구구절절히 이야기했냐 하면 그만큼 임상, 상담 분야에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저처럼 임상, 상담 심리학이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호기심때문에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선택한 사람도 많거든요. 전문가가 되었다고 그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심하게는 병리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 임상가가 되었을 경우 야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이 만나는 환자/내담자의 치유를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치유가 답보 상태에 이르거나 도리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환자/내담자는 건강한 임상가를 찾아갈 수 있는 산술적 기회라도 있으니 환자/내담자를 신체적/정신적으로 가해하는 예외 경우가 아니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두 번째 경우인데요. 바로 그런 임상가가 학교에 남아 교수가 되거나 임상 현장에서 supervisor로 일하는 겁니다. 수련 과정이 철저한 도제 관계 시스템을 따르는 임상, 상담 심리학의 경우 그런 병리적인 임상가를 만나는 경우 전문가가 되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추는 건 둘째치고 영혼과 마음의 상처를 입어 날개를 펴 보기도 전에 꺾이게 됩니다.
제 경험만해도 충분히 우수하고 재능있는 임상가들이 낮은 자존감으로 훨훨 날지 못하는 걸 지금까지 수도 없이 봤고 지금도 매일 보고 있습니다.
이는 임상, 상담 분야의 수련 과정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많으니 좋은 학교, 좋은 시험 성적, 좋은 스펙 등만 따지지 병리적인 사람을 걸러내는 건 별로 관심도 없고 설사 사전에 알고 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 할 임상가들의 마음이 병들게 되고, 일단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갇혀 치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서 자신만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합니다.
지도 교수나 supervisor에게 인신공격을 당했거나, 폭언을 들었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어서 우울하고 내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고 자신이 가는 길이 후회되는 분이 있다면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당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선,후배, 동료 세 사람에게 그 지도교수내지는 supervisor에 대한 의견을 물으세요. 세 명 모두 한 입으로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당했던, 혹은 당하고 있는 것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임상, 상담 현장에는 존경스러운 선배들도 물론 계시지만 실력과 인격 모두 형편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이 망가진 임상가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을 골라낼 수 있는 눈이 길러질 때까지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세요. 그건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 해도 충분합니다.
수련 때는 어떻게 해도 시간이 가니 힘들더라도 중도에 그만두지만 말고 어떻게든 버텨서 전문가가 되라는 말을 들었던 저도 이렇게 밥 벌어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능력있는 전문가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짜배기 전문가와 허당을 구분하는 눈은 확실히 생기니 염려하지 마시고요.
전문가가 되고 현장에 나와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할 때까지는 주변 어느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듣지 말고 흘려듣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꼭 명심하세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덧. 내 지도교수는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내 supervisor는 존경할 만한 임상가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거냐고 하지 마세요. 그건 당신이 로또를 맞았기 때문이고 그 행운은 축하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사실이 이 바닥에 병적인 임상가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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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Battery의 다른 검사 결과와 MMPI-2 결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평가자가 MMPI-2만 갖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을 적용해 유의미한 척도를 일단 다 골라냅니다.
예; 임상 척도의 경우 모척도가 65T, 자척도가 65T 이상의 척도를 모두 골라냄
2. 그 다음에 측정 개념이 유사해 보이는 척도 별로 묶습니다.
예; 내용 척도의 ANX, 보충 척도의 A를 따로 모음.
3. 묶인 내용을 보고서에 기술하고 괄호 안에 검사 sign을 나열합니다.
예; 피검자는 자신의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으며(F=70T), 주로 불안이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불편감이다(ANX=68T, A=72T).
이런 해석법의 문제는 유기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파편화된다는 것과 비전형적인 측면이 있는 피검자의 경우는 해석에 빠진 빈 자리를 평가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메울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MMPI-2의 척도만을 갖고 formulation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관적 해석법을 소개합니다. MMPI-2와 SCT만 실시하는 선별평가에서 활용하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의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임상척도 = 집의 구조(뼈대, 벽, 기둥 등)
* 내용척도 = 가구(소파, 의자, 식탁, 협탁 등)
* 보충척도 = 소품과 인테리어(샹들리에, 포인트 벽지, 블라인드 등)
MMPI-2의 결과지를 해석할 때 임상척도는 집의 구조와 같은 피검자의 심리 구조로 보면 됩니다. 집의 구조를 볼 때 우리는 방이 몇 개 있고,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고, 천정이 낮고 등등 이렇게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때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고 내향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화 증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내용척도는 가구와 같습니다.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으면 여백미는 있겠지만 공간이 너무 많아 썰렁하고 휑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울한 사람일까 하고 봤더니 자존감도 낮고 가족 문제도 있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도처에 깔려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피검자의 심리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충척도는 인테리어에 해당합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인테리어가 집을 돋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처럼 보충척도는 해석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검자의 해석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여성적인 성역할에 경도되어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덫에 빠져있을 수 있겠다, 또는 매사에 억압을 하다보니 술로 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겠네.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보니 술을 마시면 간헐적으로 행동화 할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척도 이름 그대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딱딱하고 건조하게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고 피검자의 심리 구조가 집과 같다고 상상하시고 임상, 내용, 보충 척도 해석을 적용하시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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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 환상은 멜라니 클라인이 주창한 개념인데 상담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치유를 위한 조력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내담자의 치유가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오판하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전능 환상은 내담자가 진정한 치유와 회복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담자의 성장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라서 상담자는 전능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상담자가 초심자일 때는 전능 환상보다 낮은 자존감 문제나 전이-역전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전능 환상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상담이 몸에 익으면 어떤 상담자라도 한번쯤은 전능 환상의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전능 환상의 무서운 점은 자신이 거기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저 뭔가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기분좋은 느낌과 함께 상담 전반이 어렵지 않게 파악되고 내담자에게 어떤 말을 할 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도 대화가 술술 풀려가는 기분이라서 상담이 재미있다고 느끼고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전능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상황을 한 두가지 정리해봤습니다. 두 상황 모두 건설적인 비판은 없고 칭찬만 난무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경우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내담자가 상담 장면에서 더 이상 갈등이나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상담자를 칭찬만 하는 경우입니다. 보통 상담자를 이상화하기 때문에 상담자의 눈치를 보게 되고 상담자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출석 및 과제 수행이 완벽하기 때문에 당연히 상담자는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고 상담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습니다만 두 가지를 통해 전능 환상 유무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하나는 상담 목표의 중간 점검입니다. 상담 목표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상담자가 내담자보다 높은 곳에 앉아 내담자를 내려다보며 지적 유희를 즐기고 있던 것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내담자가 상담자의 상담 기법이나 가치관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역전이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봐야 합니다. 생각의 차이는 당연한 것임에도 자신만이 옳고 내담자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니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전능 환상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상담 현장과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자신의 동료나 선후배, supervisee들이 더 이상 건설적인 비판이나 조언을 하지 못하고 첫 번째 경우처럼 칭찬만 할 때입니다. 물론 실제로 상당한 내공을 갖춰 칭찬받을만한 실력을 보이는 상담자일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칭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기분이 마냥 우쭐해지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지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불가능할텐데도 그들의 칭찬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넙죽 받아들이는 건 전능 환상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일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경우보다는 첫 번째 경우가 좀 더 상담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쉽게 전능 환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전능 환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반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초심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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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상담,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왜곡된 supervisor-supervisee 도제 제도의 정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지도 교수의 권위에 굴종하고 비합리적인 처사에 굴복하는 걸 습성화했던 패턴이 전문가 수련제도에도 그대로 답습되어 supervisor는 어디까지나 supervisee가 향후 적절히 기능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support하는 사람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심한 경우 수련 과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학회가 방임해왔죠.
결국 그 결과로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임상가들의 자존감이 처음부터 바닥인데다 몇 년이 지나도 도무지 자신감이 올라갈 생각을 안 합니다. 저는 이게 다 무조건 혼내기만 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임상적으로 숙의하기는 커녕 무조건 깔아뭉개기만 하는 못된 supervisor들과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련 제도의 시스템 문제라고 봅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많이 빠졌습니다만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상담자들이 상담을 하게 되면 상담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내담자가 좋아지는 것 같고, 상담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고, 명절이 되면 간단한 선물이라도 챙겨오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상담에 자꾸 빠지고, 연락이 잘 되지 않고, 그러다가 임의 종결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무능을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우울에 빠집니다.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좋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일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에요. 밝게 웃으면서 꼬박꼬박 상담 시간에 참석하는 내담자의 모습이 자기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의 발동일 수도 있고 말없이 상담에 불참한 내담자가 사실은 상담의 효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상담자에게 종결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워 차마 연락을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내담자가 진정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회복하고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알게 되겠지요.
그럴 때까지
상담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내담자의 회복이 곧 나의 실력이라는 식의 단선적인 결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고 내담자를 통해 배운다는 겸허함입니다.
그러니 상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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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정신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쓴 '나라서 참 다행이다 :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구할 심리학 행동 법칙(2006)'을 북 크로싱합니다.
저자가 인지 행동 치료 전문가라서 그런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힐링, 깨달음, 마음챙김 등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어설프게 다루고 있는 시중의 책들과 조금 다릅니다.
그렇더라도 일반인들은 몰라도 전문가에게 추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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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정신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쓴 책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심리학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하네요.
이미 심리학 서적 소개 포스팅에서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심리학자가 아닌 사람이 심리학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이나 비슷한 거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자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신의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든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뭐 그렇다고 심리학자들이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심리학에 대해 정통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면 괜찮겠는데 지금까지 그런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기대 수준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실망도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신경증 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해 온 인지 행동 전문가이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깨달음이나 통찰, 받아들임 같은 접근법이 아닌 구체적인 기술을 익히고 연습해서 조금씩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힐링을 표방한 어설픈 책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 입니다. 자존감에 대해 새롭게 주는 정보가 없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번역자도 공을 들여 열심히 번역한 것 같은데 말이죠.
가장 큰 문제는 자존감이 낮다 높다의 차원 뿐 아니라 강하다 약하다의 차원까지 도입하는 바람에 기존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는 겁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자존감은 높지만 약한 사람들을 대비하는데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자존감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보기에는 좀 난해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내용이라서 차라리 선안남 선생님의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2011)'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고, 자존감 개념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닫기
* 역설적이지만, 좋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말도 잘한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라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잊어야 자존감이 발전한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긍정하기, 나를 잊고 다른 것과 다른 사람들, 삶에 관심을 쏟기 등.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헛된 반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이가 쓰면 던져버려라. 길을 가다 가시 덤불이 나오면 피해 가라. 그것으로 족하니라. '왜 이런게 있는 거야?'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기주장을 할 수 없다.
* 다수를 따라가려는 노력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좀 더 자주 나타난다.
*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
* 시기는 우리가 갖지 않은 것,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드는 기분 나쁜 감정이다. 한편, 질투는 이미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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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상담자가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내담자의 마음을 넘겨짚는 것입니다. 상담을 오래하다보면 내담자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쉽게 이해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내담자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빼앗는 넘겨 짚기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내담자가 말하지 않은 용어를 상담자가 사용하는 겁니다.
상담자는 상담을 하면서 가능한 한 내담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 난해한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용어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극도로 낮은 내담자가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을 차리라고 자기 머리를 여러 차례 쥐어박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가정해보죠. 이 때 상담자가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군요"라고 말했습니다. 내담자가 사용하지도 않은 '학대'라는 용어를 상담자가 먼저 끄집어 낸 것이지요.
물론 다소 과장된 예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내담자가 말하지 않은 용어를 상담자가 사용함으로써 내담자의 인지틀(cognitive frame)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위의 예에서 내담자는 상담자에 의해서 자신이 바보같다고 느낄 때 하는 행동을 앞으로는 '학대'라고 규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상담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죠.
게다가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맥락이 내담자의 핵심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경우 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가 상담자가 사용한 용어(보기에서의 '학대')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내담자의 이해를 돕고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오히려 내담자의 사고를 특정 방향으로 제약할 수 있다는 걸 상담자들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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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에서 출판되는 자기 계발서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독립'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인정과 승인을 갈구하는 사람을 몰아부쳐서 오롯하게 혼자 서라고 push하곤 하죠.
그에 반해 우리나라 저자에 의해 출판되는 자기 계발서 류의 책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대개 '관계 맺기'입니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든 결국은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그런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관계 맺기가 근본적인 치유 방법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관계 맺기에 대한 집착이 더 큰 상처를 입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관계 맺기가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관계 맺기 자체도 아무런 무리 없이 잘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건강하니까요.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관계 맺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관계 맺기를 통해 더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고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관계 맺기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계 맺기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공감, 배려만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냉정한 자기 돌아보기, 타인의 평가, 기대의 조정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도 함께 전달하는데 그들은 그걸 감당한 힘이 아직 없습니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혼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관계 맺기를 통한 해결책을 강요하면 지나친 의존이 발생하거나 희생과 착취의 악순환 고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진흙성이 과연 강철 교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목표가 진정한 독립이든, 자존감의 회복든, 행복 찾기이든 간에 해결책은 온전한 '자립'이지 '관계 맺기'가 아닙니다. 관계 맺기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립이 우선입니다.
사실 관계 맺기를 악용하는 상담자, 종교인, 멘토들부터가 더 문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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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을 때 도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그 공허감을 메우고 장기적으로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본인에게 맞는 좋은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진 이후로 이전에 즐기던 취미도 손을 놨고 새롭게 뭔가에 흥미를 가져보려고 해도 어떤 것을 해 봐야 할 지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어 고민하는 도박자가 많더군요.
그래서 이전에 몇 차례 쓴 관련글을 모아서 도박 중독자에게 좋은 취미를 선택하는 기준을 총정리해봤습니다.
1. 머리보다 몸을 쓰는 취미가 좋다
: 도박 중독자는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몸보다는 머리를 압도적으로 쓰는 활동이 도박이니만큼 이와 반대로 머리보다는 몸을 많이 쓰는 취미가 좋습니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독서보다는 운동이 도박 중독자에게 더 낫습니다.
2.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취미가 좋다
: 도박은 대개 혼자 하는 활동입니다. 물론 포커나 화투판처럼 다른 도박자와 함께 하는 도박도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도박도 알고 보면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죠. 외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취미가 좋습니다. 운동을 예로 들자면 혼자 하는 등산 보다는 조기 축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 것이 더 낫습니다.
3.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취미가 좋다
: 도박은 대부분 속성 상 속도가 빠르고 결과가 단숨에 결정되는 활동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에게 왠만한 취미는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의 속성과 반대되는 정적인 취미가 도박 중독자에게는 유익합니다.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보다는 낚시나 명상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정적인 취미가 더 낫습니다.
4. 소비하는 것보다는 생산하는 취미가 좋다
: 도박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활동입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를 요구하는 활동이죠. 그래서 이런 강박적인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뭔가를 재배하거나 만드는 건설적인 취미 생활이 좋습니다.
5. 이기적인 것보다는 이타적인 취미가 좋다
: 도박은 철저히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활동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재정적 피해와 상처를 주는 것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사용하는 봉사 활동과 같은 취미가 좋습니다. 특히 봉사 활동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낮은 자존감을 높여주는데도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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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남 선생님은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practitioner이면서 동시에 심리학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책을 내는 심리학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꽤 많이 읽히는 좋은 책을 쓰는 작가이고요.
그런데 작년에 월덴 3를 통해 소개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여전히 본인의 내공을 기존 심리학 연구 결과에 기대는 느낌입니다. 이게 본인의 생각인지 출판사의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몰라도 심리학도에게 어필하는 글쓰기는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이 심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저 심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개인적인 아쉬움일 뿐이죠.
하지만 워낙 다작을 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점점 깊이가 떨어지는 느낌인데 이건 좀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읽은 책이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가 유일하지만 그 책에 비해서도 내공 수위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2011년만 해도 이 책 외에 '한밤중에 초콜릿 먹는 여자들',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까지 무려 3권의 책을 더 내놓았습니다. 물론 각기 다른 주제이기 때문에 제가 항상 우려하는 사골 국물 우려내듯이 후닥닥 쓴 책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다작을 하다보면 본인의 경험과 깊은 사유에서 충분히 숙성된 내용을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 책은 '자존감'이라는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핵심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추천할 수준입니다. 자존감이 자존심이나 우월감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고 있는 것도 적절(
'자존심이 세다?' 참조)했고 자존감의 정도 뿐 아니라 안정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아주 좋았습니다.
자존감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결정적인 요소라는 저자의 통찰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다만 낮은 자존감을 올리는 요소로 제시한 것들 중 '친밀감', '경청', '가족' 등 관계 지향적인 접근 방식과 '자기애', '자기 수용' 등 자신만의 수용과 인정 기준을 수립하는 접근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존감을 증진하는 근본적인 방법'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자존감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관계 지향적인 방식의 노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전히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과 공감이 담겨 있는 책이라서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충분히 좋은 책이지만 앞으로 제가 계속 선안남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는 실망하기 싫거든요. 개인적인 바램은 한 2~3년에 한 권 정도씩 현장의 노하우와 정수를 담아서 책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출판사에서 가만 내버려둘 것 같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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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강화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Your Errorneous Zones, 1976)'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분의 책을 늦게 접하게 된 것이 가슴아플만큼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자존감에 대해서는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쓴 책입니다. 100% 동감하고요.
제가 누구에게나 초강추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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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가 아닌 일반 상담센터나 대학교의 학생생활상담소 같은 곳에서 상담을 받는 내담자 중에는 인생이 즐겁지 않고 뭐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으며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내가 못난 사람 같아서 대인 관계에 주눅이 들고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를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낮은 자존감 문제는 어찌보면 현대인의 감기(우울증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문제이고 이 문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중 어렸을 때부터 칭찬에 인색하고 처벌 위주의 훈육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 부모에게 양육된데다 운이 없게도 머리도 그리 좋지 않아서 공부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담이나 심리치료 과정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하도록 manage하기도 합니다.
저도 상담을 하면서 혹은 상담 supervision을 하면서 상담 과정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조언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성공 경험이 부족해서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 도식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나 아닌 다른 사람(부모, 교사, 손윗사람 등)의 인정과 수용에 목을 매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내집단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의 틀을 깨지 않는 이상 성공 경험을 아무리 쌓아나간다고 해도 그 노력의 끝은 더 높아진 타인의 기대에 의해 가로막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성공 경험 자체가 아예 없는 내담자의 경우에는 성공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일시적으로 도울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기준과 평가에 맞춰 살아가야한다는 인식의 틀을 부수고 내담자가 자신만의 수용과 인정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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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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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님의 블로그 walden3에서 자존감을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글을읽고나도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미르님은 상담할 때 내담자가 잘 하고 있는 것을 칭찬..
상담을 하다보면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게 되지만 아마도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주 문제가 무엇이냐에 상관없이요.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의 수는 그 반대의 경우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만큼 상담자에게 내담자의 낮은 자존감 문제는 피해갈 수 없습니다.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내담자의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상담 초기라 할지라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낮은 자존감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보기보다 쉽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칭찬을 듬뿍 해 주면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도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유형은 작은 성공 경험마저도 부족한, 소위 칭찬이 결핍된 사람들입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기상을 형성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에게는 변화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feedback이 도움이 됩니다. 단, 상담자 스스로에게 솔직한 칭찬을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공수표 날리면 나중에 역효과만 나게 됩니다.
다른 하나의 유형은 인지 오류(보기, 나는 실패자이다)가 있는 내담자입니다. 자존감을 저하시키는 인지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내담자에게는 긍정적인 feedback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예를 들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칭찬을 하게 되면 내담자가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쓰레기 인생을 칭찬하느라고 상담 선생님이 너무 고생을 하시는구나. 저렇게 착한 분이 있을까? 나를 잘 모르시는구나. 내가 얼마나 무능한지 아시게 되면 정말 실망하실텐데'라며 오히려 자존감이 더욱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내담자의 경우는 인지 오류를 교정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그러므로 자존감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존감 저하를 야기하는 인지 오류가 있는지를 먼저 살피고 변별한 뒤 각각의 유형에 맞는 방법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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