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의 2005년 작품인 '죽음의 중지'를 북 크로싱합니다.
갑자기 아무도 죽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버무려 풀어놓는 소설입니다.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서 확인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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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지금 당장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죽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를 다룬 책이나 영화는 이미 참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그런데 사라마구는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을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렸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책 제목처럼 어느 나라에서 갑자기 죽음이 중지됩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모월 모일 모시부터 아무도 죽지 않는 것이죠.
우리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젊고 건강하다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이 책에서는 그런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죽음의 중지를 다룹니다. 내가 현재 말기암 환자로 지독한 고통 속에 있다면 그런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죠. 본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족들은 어떻게 하죠? 그리고 죽음만 멈춘 것일 뿐 노화는 멈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나이는 계속 들고 육체도 쇠약하게 됩니다. 그러니 점점 거동도 못하는 산송장같은 노인들이 늘어나고 이를 부양하기 위한 국가의 부담은 점점 늘게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
게다가 갑자기 죽음이 중지되고 나니 장의업자, 보험업자들이 곤란하게 됩니다. 장의업 같은 경우는 아예 생계를 위험받는 수준이고, 보험업자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계약자들이 생명보험을 해지하겠다고 하니까요. 그럴 수 있겠지요? ^^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밖으로 나가면 중지되었던 죽음이 다시 작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환자나 노인의 가족들이 국경을 넘기 시작하고 국경선 부근에 무덤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 인근 국가와 분쟁이 생기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국경을 폐쇄하게 되고 이것이 짭짤한 돈벌이임을 간파한 마피아가 수송 대행을 하게 되면서 국가를 협박하게 되고 일은 계속 꼬여만 갑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편지 한 통이 총리에게 전달이 되는데 황당하게도 이 편지는 죽음이 보낸 편지입니다. 일주일 동안의 중지를 끝내고 다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할텐데 이제는 갑자기 죽음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전에 보란색 편지로 죽을 사람에게 통지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편지를 죽음으로부터 받은 사람은 정확히 일주일 뒤에 죽게 되는 것이죠.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요. 이것 참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더 황당한 것은 편지를 받은 사람은 어김없이 죽게 되는데 어느날 죽음이 보낸 편지가 반송됩니다. 그러니까 감히 죽음이 보낸 편지의 효력이 없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그러자 호기심이 어린 죽음이 모습을 바꿔 대체 누구인지 찾으러 갑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 소설은 이 말로 시작해서 이 말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죽음이 편지가 반송된 사람을 죽이지 않기로 한 걸까요? 아니면 이 사람에게 반해서(편지가 반송된 사람은 남자 첼리스트이고 죽음이 여자로 변신하고 찾아가거든요) 자신의 책무를 영원히 잊어버리게 된 걸까요?
글쎄요.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문단 나누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데다 대화도 큰 따옴표로 묶지 않고 물 흐르듯이 쓰기 때문에 참 불친절하고 읽기가 힘들지만 기발한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와
눈 뜬 자들의 도시에 이어 죽음의 중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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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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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2009년) 상세보기 2009 주제사라마구의 책입니다. 2008/08/25 - [책이야기/★★★★☆] - 눈먼 자들의 도시 2008/11/30 - [엔터테이닝/영..
방금 읽은 따끈따끈한 책 '눈뜬 자들의 도시'를 북 크로싱합니다.
리뷰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주제 사라마구를 좋아하거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께 제가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전광석화처럼 읽은 책이라 거의 새 책이나 다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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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이은 주제 사라마구의 또 하나 걸작입니다.
상황 묘사보다는 심리 묘사에 더욱 치중한 바람에 내용 이해가 조금 더 어려워졌습니다. 문단을 잘 나누지 않고 대화를 따옴표로 처리하지 않는 작가의 문체 특성도 그 어려움에 여전히 한 몫 하고요. 흐름을 잘 타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죠.
눈먼 자들의 도시가 가식적인 인간의 내면을 후벼팠다면 눈뜬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권력욕이 얼마나 추악한 지 낱낱이 드러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였던 수도에서 4년 뒤 실시된 어느 투표에서 70%가 넘는 시민들이 기권표도 아닌 백지표를 던집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죠. 브라보~ 우리나라 정치를 생각할 때마다 온 국민이 이렇게 정치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잠시 대리 만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정치세력은 이것을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와 위협으로 간주하고 원인 색출에 나섭니다. 나중에는 수도를 옮기고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봉쇄하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시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4년 전 백색 실명 질병 당시 눈이 멀지 않았던 안과 의사의 아내와 이 문제의 관련성에 대한 투서가 날아듭니다. 당연히 전혀 관계가 없지만 이미 실컷 당황한 정부는 희생양이 필요하죠. 그래서 수사팀을 도시로 투입합니다. 정부의 명령은 사실 상 수사가 아니라 증거 조작이죠. 그리고 수사팀의 책임자인 경정이 이를 양심의 힘으로 거부합니다. 그리고.... (결말을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역자가 후기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듯이 이 책은 "짖자, 개가 말했다. - 목소리들의 책에서 -'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도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나는 개짖는 소리가 싫어"입니다. 저도 이 연결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대중이 눈을 뜬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짖는 소리가 싫은 일부의 비타협과 비동조만으로도 민주주의는 언제든 침해, 조작, 선동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민주주의의 참담한 현실만을 알려주고 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작가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행동은 눈뜬 자들에게 맡겨진 것이겠지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백지표로 정치인들을 심판할 수 있을만큼 시민 의식이 성숙되었으면 좋겠네요.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주제 사라마구의 팬이거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재미나게 읽은 분들에게.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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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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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돌이들의 백돌이를 찾아라.눈먼 자들의 도시. 그 4년후 얘기다. 투표로 시작한다. 결과는 백지투표 80%. 정부는 주동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찾지 못하고, 하루밤 사이에 도시를 비워..
동명 영화의 개봉 소식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화제가 되어 읽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포르투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보통 원작이 있는 영화가 있다면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합니다. 책만 보거나 영화만 보거나 말이죠.
'아내가 결혼했다'의 경우 책만 읽었죠. 그런데 이 소설의 동명 영화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만큼 이 소설은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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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어느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요? 매우 당황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요.
그러나 눈이 머는 전염병이 퍼진다면요? 그 병에 걸린 사람을 돕게 되면 내 눈도 멀게 된다면요? 그래도 눈이 먼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요?
입장을 바꾸어서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었는데 나만 멀지 않는다면요? 장님들 세상에서는 애꾸가 왕이랬다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내 마음대로 하고 살 수 있을까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었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이 책은 이런 물음들에 대한 진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이 소설을 보니 눈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기관이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이 눈에 의지하면서도 그동안 눈을 홀대하며 살아왔는지도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눈을 잃으니 정말 뭐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어요. 먹고, 싸고, 자는 것 하나하나가 너무나 큰 일입니다.
이미
'로드'를 읽은 뒤라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암울한 세상을 접했을 때의 타격감은 약하지만 이 소설도 나름대로 파괴력이 만만치 않아요. 사실 나온 지 꽤 오래된 이 소설은 동명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영화에서 소설에 나오는 끔찍한 세상을 어떻게 구현할 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포르투갈에 첫 노벨상을 안겨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가 썼는데 사실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통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영화 때문에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것이지요.
참으로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소설은 치밀한 심리 묘사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흡입력도 대단해서 일단 책을 손에 들면 놓기가 어려워요. 470페이지나 되는 책을 이틀 만에 읽어 버렸습니다.
모든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포스팅 예정이니 읽어보고는 싶은데 구입을 망설이는 분은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덧2. 이 책을 읽고 곧바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주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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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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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눈뜬 자들의 도시'를 구입하면 '눈먼 자들의 도시' 미니북을 준다는 소리에 냉큼 쟁여(?)뒀던 책이다. 헬스장에서 자전거 탈때 보려고 사물함에 넣어뒀었는데 1/3가량 읽은 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