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에 있는
'임상/상담심리 Job DB 오픈!'의 내용을 꽤 오랜만에 업데이트하였습니다.
3월 13일자로 서울에 있는 모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정보가 추가되었습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경우에도 해당 지자체에 따라 임상가들에 대한 처우가 어느 정도는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처럼 일정 수준 표준화된 메뉴얼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경우에는 내부의 분위기라든가 하는 질적인 정보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 올라온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특징을 유심히 봐 주시고 김에 이직하셔서 조금은 편하게 이전 직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실 수 있는 선생님들의 제보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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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이 나온 2011년 12월에 저자인 성태훈 선생님께 선물로 받았는데 거의 3년이 지난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벌써 몇 년 째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저도 심리평가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기로 모 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있어 가능한 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그동안 일부러 안 읽고 피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번 달에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강의를 하나 맡은 김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하여 한글로 나온 책은 이 책이 유일하죠. 원서를 보지 않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성태훈 선생님이 직접 평가 또는 수퍼비전 하면서 경험한 엄청난 양의 평가 사례가 가감없이 생생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례를 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 드는 것이, 장점이기도 한 엄청난 사례가 한편으로는 정보 과잉으로 인해 혼동을 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미 전문가가 된 임상가라면 모르겠지만 이 책은 수련을 받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정보량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장애를 수록하려고 애쓴 나머지 동일한 검사 sign인데도 장애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전문가라면 그것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지만 검사 sign과 해석을 일대일 매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수련 레지던트라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장애에 수록된 심리평가 보고서가 전형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과연 이 진단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진단에 대해서는 임상가마다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K-WAIS-IV, K-WISC-IV 사례를 보강한 2판을 기대하면서 장애 별 사례는 그야말로 정말 typical한 케이스 한 두 개만 수록해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혼동을 줄이고 주요 검사 sign들도 그 장애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만 선별해서 제공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도움은 쥐뿔도 안 주면서 바라는 것만 많았네요;;;;
읽으면서 강의 준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제 책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 지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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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임상/상담심리 Job DB를 오픈합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제가 예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숙원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2014년을 넘기지 않고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임상/상담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등 전문 자격을 소지한 임상가들께서 어떤 처우를 받고 계신지 비교 선택하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최신 정보를 수집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포함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관명 :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일부 익명 처리해 공개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 프렌차이즈 여부
* 지역(지점명)
* 환자/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Full Battery 기준)
* 평가자가 받는 실제 금액
* 환자/내담자에게 청구하는 상담/심리치료비(회기 당)
* 치료자/상담자가 받는 실제 금액
* 급여 형태(비율, 고정급 등)
* 근무 형태(주 5일 상근, 주 2회 파트 타임 등)
* 4대 보험 적용 여부
* 특징 : 이 부분이 본 임상/상담심리 알바 DB의 핵심이자 알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나라합니다;;;
모든 정보는 해당 임상가들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월덴3의 임상/상담심리 Job DB는 ~카더라 통신을 지양합니다.
혹시라도 DB에 수록된 기관의 정보가 새롭게 변경되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초 포스팅에서는 part-time job인 알바 정보만 포함했으나 full-time job 정보까지 포괄하도록 폭을 넓히겠습니다. 근무하고 계신 직장 또는 이직 후 이전 직장에 대한 full-time job 정보 제보도 환영합니다.
2014년 8월 4일 현재 9개의 기관이 포함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관이 추가될 때마다 즉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은 8월 한 달 동안 유지하고 이후 공지글 영역으로 옮기겠습니다.
덧2. 나도 DB 공유에 기여하고 싶다는 임상가들께서는 연락주세요. 당연히 제보 환영합니다. 본 DB의 양식대로 채워서 제게(walden3@gmail.com)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신뢰성 확보를 위해 최근 2년 이내의 정보로만 부탁드립니다.
: 2014년 8월 19일 현재(20140819 Version)
* 오O영 아카데미에서 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가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랐답니다 :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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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과
올해 2월에 이어 세 번째로 추천드리는 종합심리평가 워크샵입니다.
그동안 추천 포스팅을 하면서도 어떤 분들인지 얼버무리면서 대충 소개를 드렸는데 이번에는 이름도 짓고 본격적으로 출범하신 것 같습니다.
이름하야 D.K. Academy의 Full Battery 심리평가 워크샵입니다.
D. K. 아카데미는 '지식 공유'를 목표로 오랜 친구이자 동기인 두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좌우명으로는 '배워서 남주자', '청출어람' 등이 되겠습니다. ^^
이번 워크샵에서는
* 심리검사 도구를 다루는 방법* 면담과 행동 관찰* 검사 실시* 가설 설정* 해석* 보고서 기술 방법
에 이르기까지 Full Battery 심리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룹니다.
* 대상 : 임상심리 supervisee 선생님, 심리평가를 주 업무로 하는 심리전공졸업자(대학원생 제외)* 정원 : 선착순 8명* 참가비 : 10주 과정 총 50만 원(분할납부 가능)* 일시 : 2013년 9월 27일 ~ 11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서 10시(3시간), 총 30시간 과정* 장소 : 지하철 시청역 인근 스페이스 노아, 스파크룸(www.spacenoah.net)
신청을 원하는 분들은
http://timewithmind.tistory.com/106이나
http://cuore123.tistory.com/28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두 블로그는 이 워크샵을 인솔하는 두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신청 관련 외 문의 사항은 dkacademy3@gmail.com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제가 3번이나 추천 포스팅을 하는 워크샵이니 quality에 대해서는 두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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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강의 의뢰를 받았을 때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글에 사용된 사례가 심리평가에 대한 내용이라서 그냥 '임상심리' 카테고리로 분류합니다.
최근에 제가 아는 임상심리전문가 중 심리평가, 그 중에서도 MMPI-2/A 강의를 의뢰받고 고민하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강의를 의뢰받았을 때 맨 먼저 점검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뭐 강의의 대가도 아니고 저도 강의 요청을 받을 때마다 당황스럽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 중 하나이니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강의 준비하시는 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전문가가 된지 2~3년 정도 지나 junior에서 senior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임상심리전문가들에게 강의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대학 강의는 아니고 일회성 내지는 시리즈 워크샵 형태의 강의들이죠.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특강 형식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알음알음으로 외부에서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2~3년차라는 위치가 좀 애매해서 그동안 쌓은 실력에 비해 아직 자신감이 확실히 붙지 않은 상태거든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그냥 고사하는 바람에 자신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귀중한 기회를 날리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어느 책에선가 본 이후 제 모토 중 하나가 된 것이 있는데 바로
'거절해야 할 절대절명의 이유를 찾지 못한 이상 모든 요청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승낙한다'는 겁니다. 물론 재미없으면 단박에 거절합니다만.
가끔 내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 거절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강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수도 있지만 임상, 상담심리전문가에게 들어오는 강의는 최소한 심리학 관련 지식이 필요한 강의입니다. 설마 제게 주택 경매 관련 강의 의뢰가 들어오겠어요? 그러니 무조건 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 사설이 길었는데 예를 하나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수도권의 어떤 시 교육청에서 학교 상담 교사를 대상으로 MMPI-2/A와 SCT를 엮어서 2시간 정도 특강을 해 달라는 강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제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강의를 듣는 수강자의 욕구가 무엇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수강자의 배경 지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입니다. 이 두 가지가 분명해야 제대로 된 맞춤 강의안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강사와 수강생이 모두 윈-윈하는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참석 대상이 학교 상담 교사이니 강의 요청을 한 담당자를 통해 참석하는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이 MMPI-2/A, SCT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인지, 아니면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심리평가 결과를 formulation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것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담당자가 그 정도도 모르고 있거나 참석자의 의견 조사를 안 해주는 강의는 거절하는 게 낫습니다. 그냥 대충 시간이나 때우라는 말이니까요. 이것이 수강자의 욕구 조사입니다. 방금 설명드린 것처럼 참석자의 욕구가 이론인지, 사례인지에 따라 강의안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죠.
그 다음에는 참석자가 강의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심리학 전공자가 얼마나 되는지, 참석자의 전공 베이스가 어떻게 분포되는지,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수련 중인 사람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MMPI-2/A, SCT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아예 처음 듣는 수준인지 아니면 실제로 현장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인지 등. 수강생의 배경 지식 수준을 파악하게 되면 강의 내용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되죠. 이것이 능력 조사입니다.
강의를 많이 하시는 전문가 선생님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는 내용이겠지만 강의안의 틀을 잡는 것부터 막연하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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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자격증은 정통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바닥에서 계속 일을 할 전문가라면 어느 정도는 옥석 구분을 할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에(그런 눈이 생기지 않으면 어차피 도태되고 말 터이니) 큰 걱정이 되지 않지만 임상 심리 분야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사탕발림의 제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따 놓는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전혀 쓸모가 없으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자격이 어떤 것인지 알려드리는 것이 이 포스팅의 목표입니다.
보시는 것은 사단법인 한국심리상담협회라는 곳에서 시행 및 수여하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홍보하는 광고 문구입니다.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곳이 '고객상담실'과 '고객상담 전화번호'입니다. 자격을 취득하려는 전문가를 고객 취급하는 것을 보니 자격증을 팔아먹으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이사장이라는 분의 약력 및 경력을 보니 3선 국회의원에 대한민국국회헌정회 운영위원, 성균관유도협회 총본부 상임고문, 민족문화보존협회 이사장입니다. 대체 이런 분이 심리학이나 상담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더 웃긴 건 조직도만 있지, 누가 이 협회를 구성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흔한 자문단 명단 하나 없습니다.
심리 검사 소개란을 보면 '가정환경진단검사', '친자관계진단검사' 등의 황당무계한 검사명이 보입니다. '로사타르검사'같은 건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의 응시 자격을 보면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 상담관련 업무 1년 이상 실무 종사자 정도가 눈에 띄입니다. 가산점 기준을 보면 4년제 심리학과 졸업자에게 5% 가산을 준다면서 정작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같은 자격자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알 턱이 없겠지요.
그러면서 응시 수수료는 5만 원씩 받고 있습니다. 응시 수수료 장사한다는데 100만 원 걸겠습니다.
이 협회는 심리상담사 자격으로도 모자라서 아동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지도사, 치매예방관리사 등의 자격증으로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급으로 금연상담사, 장례지도관리사, 성교육상담지도사 등이 있군요. ㅡㅡ;;;
전국 5대 광역시에서 시험을 실시하고 1월에도 시험을 본 것을 보면 이 협회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을 보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임상 심리학 분야의 대표적인 자격증 중 하나인 임상심리전문가는 임상심리학 대학원의 석사 학위자가 인증받은 수련 기관에서 3년을 수련받아야 하며, 그 중 1년을 반드시 정신과 병동이 있는 필수 수련 기관에서 수련받아야 합니다. 대충만 비교해 보셔도 이 협회에서 주는 자격이 얼마나 엉성한 지 한 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제가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는데 지금까지 현장에서 10년 이상 일했지만 이 협회에서 준 자격증을 갖고 정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있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그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심리상담사가 유망 직업이라는 말에만 솔깃하지 말고 요모조모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심리상담협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분들은
클릭!
임상 심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 분들은 월덴 3의 '심리학 이야기>자격증' 디렉토리에 있는 글을 일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이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덧. 위에서 제시한 것과 비슷한 곳 한 곳을 더 알려드릴테니 함께 살펴보세요. 거의 대등한 수준입니다. (사) 한국청소년육성회부설상담교육원 : http://cafe.daum.net/kays.cedu -> 여기는 용감하게도 도박중독상담사라는 자격증도 주네요. 나 원 참 웃기지도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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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정신과 외래에서 요구하는 심리평가 보고서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분량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표나 그래프를 삽입해서 시각적으로 화려한 것을 의사들이 선호하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곳도 많다고 하더군요. 이건 실제로 제가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들어주지는 않았지만요. 그래서 짤렸나 봅니다. ㅠ.ㅠ
참 답답한 일입니다. 물론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수십 만 원에 달하는 평가 비용을 내는 환자,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는 뭔가 근사해 보이는 colorful하고 화려한 보고서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리평가 보고서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심리평가 보고서가 환자, 피검자 아동 부모의 시각적 만족을 채워주기 위해 작성하는 것인가요? 심리평가 보고서는 피검자의 인지 기능, 성격, 정서 상태, 대인 관계 양상, 대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필요 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치료적 제언과 예후를 제공하는 심리평가의 최종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피검자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무조건 길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보고서가 작성되다 보면 외형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case formulation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중언부언 불필요한 문구가 삽입되어 읽는 사람들이 피검자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어렵고 실제 치료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는 사람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A4 5장이 넘는 심리평가 보고서를 모두 읽는 치료자가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다에 한 표 던집니다. 정작 의사들도 대부분 summary & recommendation만 밑줄치면서 읽고 맙니다.
제가 나름대로 지키고 있는, 길이와 관련된 심리평가 보고서의 작성 원칙은 딱 하나 뿐입니다.
"빼고 나서도 피검자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문구는 과감히 뺄 것"
어떤 문구를 빼고 나서도 피검자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 문구는 불필요하게 들어간 것이고 오히려 앞 뒤 연결에 혼란만 가중하게 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빼는 것이 낫습니다.
이런 원칙을 갖고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야 어떤 문구를 쓸 지, 그것이 피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한결 군더더기가 줄고 간결하게 작성하게 됩니다.
심리평가 보고서는 최대한 짧게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성인 종합 보고서의 경우 A4 기준으로 3장을 넘어가지 않도록 작성합니다. 여러가지 표나 그래프가 들어가는 소아 종합 보고서의 경우라도 A4 4장을 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항상 상기하세요. 대체 왜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지를...
덧. 사실 약자인 임상심리 레지던트 입장에서 의사나 병원의 요구에 당당하게 맞서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는 supervisor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회 차원의 대응입니다. 이건 뭐 완전히 각개전투에요.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벽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격이니 전문가가 되고 나서도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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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정신분석적인 접근을 상담에 도입하기 시작한 이후 제가 가장 고민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내담자의 말과 행동이 재연(enactment)으로 나타난 내담자의 초기 대상 관계인지, 아니면 제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의 투사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박 중독에 빠진 아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못하는 어머니를 상담하면서 올라오는 분노가 제 개인사와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대상 관계가 재연되면서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가 일어난 것인지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압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분석을 통해 저를 객관화해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참 내리기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정신분석적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하는데... 휴....
이 책은 Patrick J. Casement가 쓴 두 권의 책 'On Learning from the Patient, 1985'와 'Further Learning from the Patient, 1990)을 하나로 엮은 것입니다. 패트릭 케이스먼트는 British School에 속한 정신분석가이며 Winnicott과 같은 수준의 대가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입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질릴 수도 있고, 내용도 결코 쉽지 않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읽으면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물론 분석 공간이 열릴 때까지 분석가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설명한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상담/심리치료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절망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ㅠ.ㅠ
들인 만큼의 소득은 분명 있습니다만 정신분석이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기본이고 현장에서 상담을 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상담자/치료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입니다. 제목에 낚여 저처럼 허우적대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를..
덧. 아무리 번역이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양장본도 아닌 책값이 25,000 원이나 한다니... 너무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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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분야의 이론을 대학원이 담당하고 있다면 실전은 임상 현장이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 비유한다면 실질적인 수련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이 바로 '야전'이라고 할 수 있죠.
이론적인 지식만 갖추고 전쟁터로 갓 나온 새파란 이등병들을 노련한 전사로 만들려면 숙련된 교관의 지도에 의한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야전 교관인 supervisor의 역할이야말로 임상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담당해야 할 심리평가도 일부분 수련 레지던트가 맡아주기 때문에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공생 관계이죠.
따라서 supervisor는 자신의 밑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가 전문가가 되었을 때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훈련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를 방기하는 supervisor가 의외로 많습니다. 과중한 가외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차라리 양반입니다. 이건 경험을 통해 남는 것이라도 있죠.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심리평가 실시절차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뿐 아니라 심리평가 보고서에 대해서 제대로 supervision도 해 주지 않는 supervisor까지 있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힙니다.
물론 자신도 환자에 대해, 정신병리에 대해, 심리검사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 것이, 그렇다면 부족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든가, 수련 레지던트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자기 하나 편하자고 수련 레지던트는 받아놓고 훈련은 제대로 시키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전장에서 패전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바꾸어 놓을 수 있듯이 하나의 수련 기관이 잘못 훈련시킨 전문가가 전체 임상심리학자의 평판을 좌우할 수 있으니까요.
전문가라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학문의 끝은 없는 것이니 계속 공부하고 탐구하고 정진하는 것이죠.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같이 공부하고 그러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저 "내가 supervisor이니 넌 닥치고 찌그러지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 수련기관의 앞날은 참담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이 좁은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 소문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까?
나중에 자기 밑에서 수련을 받고 배출된 전문가들의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그렇게 태연자약하게 직무유기를 하는 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양심은 둘째치고 하늘이 두렵지 않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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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그래도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면 임상 현장에서 최소한 심리평가를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취득한 자격만으로 전문성의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렵게 될 것입니다. 상담 심리 분야 뿐 아니라 수많은 인접 분야에서 심리 평가에 대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강화하고 있어 조만간 심리 평가 분야에서만큼은 차별성이 퇴색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임상심리학자의 수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인접 분야의 인력이 심리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꽤 됩니다.
게다가 참으로 낯 뜨겁고 민망한 일이지만 임상 심리 영역에서도 주력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심리 평가의 고수라고 내세울 만한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일반적인 심리 평가만으로는 차별성을 갖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소위 generalist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리 평가 영역만 하더라도 단순히 성인 Full Battery가 아니라 소아 ADHD 진단 Battery, 노인 치매 전문 평가, 산재 판정을 위한 평가, 병역 판정을 위한 전문적인 평가 등 특정 영역의 검사 도구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요하는 영역이 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정신 병리 영역에서도 중독, PTSD, 치매, 식이 장애 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전문 영역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한 specialist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데 수련 과정에서 치료 분야에 대한 할당이 매우 부족한 임상 심리 영역의 경우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처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임상 심리 영역에 진출하여 전문성을 발휘하고픈 분들은 단순히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에서, 또는 수련 과정에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 영역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미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라면 '과연 나는 어떤 영역의 specialist인가'라고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야에서는 누구 선생님이 최고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specialist가 되어야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죠.
덧. 이 글을 쓰면서 과연 나는 어떤 영역의 specialist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심리 평가? supervision?, 도박중독치료?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겠네요.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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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는 공식적인 명칭이 임상심리 레지던트였습니다. 심리평가 보고서에도 그렇게 기술했고 병원 가운에도 '임상심리 레지던트'라고 새겨 있었고요. 그래서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 현장에 나와 '임상심리 수련생'이라는 명칭을 듣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수련생이 무엇입니까? 문자 그대로 수련을 받는 학생이라는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수련생'이라는 말은 착취를 정당화하는 용어입니다. 너희는 학생이기 때문에 급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전문 기술과 지식을 사사받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족쇄같은 명칭입니다. 실제로 정당한 급여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수련 병원에 가운, 식대 비용으로 일정한 금액을 내고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가 있습니다.
재작년인가
수련생 협의회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라는 명칭을 쓰자는 말이 나왔고 임상심리학회 게시판을 통해 건의도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그 결과로 여전히 수련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고요. 참 통탄할 노릇입니다.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supervisor로 있는 전문가들도 심각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들의 경우 '전공의'라고 하지 절대로 '전공의 수련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 의사들의 인턴 과정에 해당하는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레지던십 과정에 들어온 사람들이 학생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더 큰 문제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마저 스스로를 '수련생'이라고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도 교수의 절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간을 경험하고 나면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이건 아닙니다.
임상심리 레지던트는 전문가 자격 취득을 위해 고급 수련 과정에 있는 준 전문가이며 이미 검사 수가, 치료, 연구 등 충분한 공헌을 수련 기관에 하고 있습니다. 수련생이라고 폄하될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임상심리학회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부터 지켜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임상심리학회 회원들 스스로도 자기를 낮추는 이런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라는 용어를 추천하고 지금도 제게 supervision을 받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어떤 쪽으로 정리가 되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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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왜 심리평가를 의뢰했는지 모르고 기계적으로 심리평가를 수행하는 임상심리전문가들이 의외로 꽤 많습니다. 오히려 그걸 왜 알아야 하는지 제게 반문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 의식의 결여는 수련 과정에서 그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의뢰 사유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심리평가를 수행하는데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진단이 궁금해서입니다. 의사들은 진단이 자신들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합니다. 의료법 상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진단서를 의사만 발급할 수가 있지요. 그러나 정신과 진단의 경우 심리평가 결과가 없으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포스팅한
Malingering 환자의 경우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특정 정신장애의 증상을 공부하고 흉내내면 아주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정확한 진단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리평가에서는 그런 잔수작이 통하지 않죠. 또한 정확한 진단이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울 증상이 동반된 정신 분열병과 증상이 너무 심해 사고 장애 양상까지 보이는 우울증은 진단하기가 까다로운 반면 약물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범주의 약을 주로 사용해야 할 지 결정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이 때 심리평가가 도움이 될 수 있죠.
의사가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진단이 불분명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성격 역동, 정서 상태, 대처 전략, 대인 관계 등 치료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임상심리전문가는
얼마 전에도 포스팅한 것처럼 검사 결과 기술(description)에만 치중한 심리평가보고서를 지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유는 아니지만 정작 많은 의사들이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이유는 검사 수가를 위해서입니다. 즉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죠. 물론 대놓고 검사 수가 때문에 심리평가를 의뢰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그렇습니다. 병원도 수익을 올려야 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임상심리전문가가 그냥 의사에게 'order'만 받아서 기계적으로 심리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 사유를 물어봄으로써 의사에게도 좀 더 문제 의식을 갖고 심리평가를 'refer'하도록 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어떻게 심리평가 결과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지 좀 더 고민하게 될 테니까요. 의사와 임상심리전문가간의 이러한 상호소통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임은 더 말 할 필요조차 없고요.
그러니 심리평가를 수행하기 전에 왜 의뢰했는지 그 이유를 꼭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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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글루스에서 라깡에 대하여 이런 저런 말들이 있는 것 같은데 라깡에 대해 제가 문외한이기는 해도 다른 차원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기에 포스팅합니다. 그렇다고 새삼스레 논쟁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미리 말씀드리지만 트랙백과 댓글 논쟁은 사양합니다. 지인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저는 논쟁은 학문 발전이나 정신 건강 함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논쟁은 전혀 쓸데없는 짓이다' 참조). 따라서 트랙백은 거는 족족 삭제할 것이고 댓글 논쟁을 점화하는 분은 삭제 및 차단 콤보로 대응합니다(대문의
'월덴 3를 처음 방문하는 분들을 위한 안내'글 참조).
우선 저는 지금까지 심리학을 공부해 오면서 라깡에 대해서 체계적으로든 사변적으로든 들은 적이 전혀 없는데 그것은 제가 배운 심리학이 미국 심리학을 따르기 때문이지, 라깡이 그렇게 대충 취급받아도 상관없는 듣보잡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유럽 심리학의 계보를 따르는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도매금으로 듣보잡이 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것은 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도 아닙니다. 그러니 시야를 넓히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라깡이 심리학자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역시 지식이 부족하여 길게 말씀은 못 드리나 '정신분석학=심리학' 또는 '정신분석학=임상심리학'이라는 공식만 대입해서는 아무리 열심히 논쟁하고 토론해도 답 안 나옵니다. 라깡이 정신분석학자이자 언어학자(같이 사는 사람이 불어불문 전공으로 대학원에서 라깡에 대해 세미나를 했을 정도로 저 보다는 더 많이 아는데 그렇다고 하는군요)라고 하더라도 심리학자내지는 임상심리학자라고 규정짓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위에서 제시한 공식을 자꾸 대입하려고 하면 라깡이 임상심리학자가 되고 심리치료전문가가 되고 그러니 사이비가 되고 그러다 보니 정신분석을 따르는 치료자들도 또 도매금으로 사이비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제가 심리학을 처음 접했을 때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 정신분석은 프로이드 빼면 시체고, 검증도 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분야라서 심리학에서는 사이비 취급하고 그러니 별로 중요한 포지션이 아니라고 배우겠지만 이게 현장에 나오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치료의 효과성 어쩌고 저쩌고 따지는 것도 이미 구 시대의 유물이고 치료 기법이 400개가 넘어가는 요즈음에는 치료만 잘 되면 어떤 치료적 개념도 사용할 수 있다는 통합-절충주의의 시대입니다. 저 또한 절충주의자고요. 정신분석치료는 치료가 안 되고, 인지행동치료는 치료율이 높다고 주장하는 건 어리석은 주장이에요. 메타분석한 결과를 보면 특정 기법이 효과적인 장애(예를 들어 공황장애에는 CBT가 특별히 효과적이라는 것)가 분명 있기는 하지만 치료 기법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그리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과가 이미 대세에요. 이 바닥에서는 오히려 환자/내담자의 치료 선택권까지 주제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정신분석이 치료 효과가 없느니 어쩌니 하는 영양가 전혀 없는 주장은 저기 안드로메다에나 가서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현장에 대해서 개뿔도 모르는 학생들은 쓸데없는 논쟁을 할 시간에 공부나 더 열심히 하세요. 특히 임상심리학자가 될 사람들은 더 말하면 입 아프고요. 현장에 나오면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그렇게 말해도 참....
3줄 요약하겠습니다. 요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길지만...
1. 미국 심리학을 맹종하는 한국 심리학계에서 라깡이 차지하는 위상이 확실히 형편없기는 하지만(사실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인문학 분야에서까지 라깡이 듣보잡인 것은 아닙니다.
2. 심리학은 임상심리학을 비롯해 엄청나게 많은 하위 분파가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은 심리학이라는 광대한 바다에 뜬 섬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심리학=임상심리학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다고 저 같은 임상심리학자들이 기뻐할리도 없고 뿌듯하지도 않습니다.
3. 정신분석 또한 임상심리학이라는 광대한 바다에 떠 있는 것은 맞지만 결코 그 위상과 효용성이 작은 섬 정도는 아닙니다. 최소한 하나의 대륙 정도는 됩니다. 미국 심리학의 관점에서만 임상심리학을 바라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 심리학 전공자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아직 못 느끼고 있다면 앞날이 캄캄하니 전직을 고려해 보시거나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시려면 빨리 발상의 전환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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